내 머리 속의 지우개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개인적인 기준에서 한국 멜로 TOP 3안에 드는 영화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이름하여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입니다. 저도 몰랐는데 2004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원작이 있었답니다. 바로 2001년 일본 요미우리 TV에서 방송된 드라마인 <퓨어 소울: 네가 나를 잊어도> 라는 작품으로 이재한 감독이 원작을 토대로 각색한 것이랍니다.

영화에 대한 총평과 느낀점

어느 매체 인터뷰에서 이재한 감독은 "진부하게 눈물샘만 자극하는 영화가 아닌, 오랫동안 눈물이 메아리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했는데요. 감독의 말대로 순간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긴 여운과 감동을 남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 약 256만 명을 동원하면서 2005년 한국영화 흥행순위 5위에 올랐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개봉으로부터 1년 정도 후인 2005년에 일본에서 개봉을 했는데요. 일본 전국 308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고 하네요. 그 결과 300만 명이 넘는 일본 관객을 동원했고,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답니다. 과거에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한국영화는 <쉬리> 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게다가 약 30억 엔의 흥행 수입을 올렸고요. 아마도 원작이 일본 작품이라서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포스터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녀가 모든 기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름도, 나이도, 사랑했던 나 조차도.' 네 맞습니다. 알츠하이머 즉, 치매를 앓게된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죠. 14년 전 리즈시절의 정우성, 손예진을 보는 것만으로 안구정화가 가능한 영화랍니다. 멜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지루하게 느끼실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 재밌게 본 영화랍니다.

이 영화의 시작은 무겁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장르도 멜로보다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첫만남은 편의점입니다. 건망증이 유달리 심한 여주인공은 자신이 구매한 콜라를 부랑자 같아 보이는 남주인공이 훔쳤다고 생각하고 그가 마시는 콜라를 빼앗아 원샷을 해버리고는 면전에 트림까지 해버리죠. 버스를 타려던 여주는 지갑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갑니다. 편의점 직원이 건네주는 지갑과 콜라를 받으며 그제서야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닫지만 이미 남주는 떠나고 없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여주의 회사 전시장 공사를 위해 나타난 사람은 다름아닌 남주인공 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주인공에게 눈길한 번 주지 않으면서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자판기에서 콜라를 뽑은 여주인공 앞에 대뜸 나타나 콜라를 가로채서 원샷을 해버립니다. 게다가 보란듯이 여주의 면전에 트림을 발사하죠.

여주인공이 퇴근 길에 핸드백 날치기를 당하는데 또다시 우연히 남주인공이 나타나 도와주면서 둘의 만남은 이어지게 됩니다. 어느 날 저녁, 포장마차에서 남주인공은 소주 잔을 채우고나서 여주인공에게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라 말을 하죠. 여주인공이 "안 마시면?"이라 묻자 남주인공은 "볼 일 없는거지. 죽을 때까지."라 답을 합니다. 둘은 지그시 눈을 감으며 동시에 잔을 들고 소주를 입에 털어넣습니다. 이렇게 둘은 운명처럼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데요. 영화는 예쁘게 담긴 둘의 연애 장면과 결혼까지 빠르게 지나보내 줍니다.

이제 영화는 밝고 유쾌한 부분을 지나 기승전결 중 전으로 바뀌게 됩니다. 남편의 도시락에 반찬 없이 밥만 2개 싸주기도 하고, 집에 가는 길도 헷갈려하는 장면 등 여주인공의 건망증이 점점 심각해 지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간 병원에서 여주인공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되는데요. 이후 영화의 내용은 직접 확인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감독의 의도처럼 제게 긴 여운을 남겨준 이 영화는 별점 4.9점 주면서 오늘 포스팅 마치겠습니다.